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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1+1=3의 법칙
좋은 사람을 만나면 즐겁고, 자꾸 좋은 일들만 넘쳐난다. 디자이너라고 해서 ‘내 작업만 열심히 하면 되지’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디자이너야말로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이다.

취재 | 서은주 기자 (ejseo@jungle.co.kr)
사진 제공 | 모엣 샹동


요즘엔 실력보다 옷차림, 말투, 매너, 인간관계 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을 더 인정받는 세상이다. 가까운 서점에 나가보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간관계, 인맥관리 등을 다룬 자기계발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토록 무수히 쏟아지고 있는 인맥관리 비법이 과연 화이트칼라에게만 적용되는 것일까? 직장인, 주부, 학생, 디자이너할 것 없이 우리는 매일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펜타브리드의 박태희 대표는 디자이너가 좀 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먼저 지하 작업실 모니터 앞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작업 시간 이외의 시간을 활용해 양질의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라는 것.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디자이너들은 남들보다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것이 아니라 자기관리과 인맥관리를 잘한 덕분이다.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작업자 정신이 너무 강해 인맥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이렇다 할 스타 디자이너와 기업이 탄생되지 못했다”고 말한다. 앞으로 스타 디자이너가 조직적으로 뭉쳐 선의의 경쟁자이자 동업자로서 평생을 함께 한다면 우리나라 디자인 업계는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한다.

인맥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 학연과 파벌, 낙하산, 로비, 백그라운드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눈디자인의 김두섭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과거 우리나라 디자인계 인맥이 몇몇 학교를 중심으로 조직화된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장르별 교류가 더 활발히 일어나고 있어요. 패션, 그래픽, 영상, 설치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서로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죠. 크리에이터로서 한계에 부딪혔다면 모임을 통해 그 틀을 깨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하나의 콘셉트를 가지고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다 보면 내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작품이 나를 다른 이와 연결시켜줄 겁니다. 좋은 작품을 보면 그걸 만든 이가 궁금해지는 법이니까요.” 인맥관리의 법칙 중 하나인 ‘이질적인 사람들의 모임에 참석해 독창적인 정보를 나눠라’와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하지만 디자이너라고 해서 꼭 디자이너들끼리만 뭉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신장 상무는 10여 개의 크고 작은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그는 “업무 이외의 목적으로 만나는 모임이야말로 자신의 사고지평을 넓히고 세태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가 속해 있는 모임에는 만화가 이원복, 패션 디자이너 박윤정 등 전혀 다른 직종의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모임에서 리더로 활동한다면 더욱 두터운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그만큼 힘이 들고 피곤하겠지만 곤경에 처했을 때 그들은 별다른 보험이 필요 없을 정도로 든든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SK 커뮤니케이션즈 한명수 이사 또한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청했을 때 식사를 거르면서까지 마치 자신의 일인 냥 성심 성의껏 도와준다면 그 사람과는 평생 콩 한 조각이라도 나눠 먹을 거예요. 인맥관리란 시간을 따로 투자해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나눔과 베풂을 행함으로써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베푼다면 자연스레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남을 도울 때는 화끈하게 도와라”라는 의견은 잡정글(http://job.jungle.co.kr) 이은복 팀장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내게는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상대방에게는 절실한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 사람은 힘들고 어려울 때 곁에 함께 있어줬던 사람을 반드시 기억하게 마련이다.

인맥을 잘 활용한다면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인생이 좀 더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에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통해 자신을 PR하고 따로 시간을 내어 갖가지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실력이 먼저 바탕이 되어야만 비로소 그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실력도 없는 사람이 인맥을 활용하는 것은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부담으로 느껴지거나 청탁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좋은 인맥을 형성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쌓아야 할 것이다.